연하각烟霞閣 

1. 位置：安東市 陶山面 丹川里 500-2(丹砂)

도산면 원천리에서 작은 고개를 하나 넘으면 단사 마을이 나온다. 단사는 마을 뒤에 붉은 점토질의 산맥이 뻗어있고 전면은 낙동강의 맑은 물이 항시 흐르며, 강변의 사장이 폭넓게 펼쳐져 있어 붉은 단(丹)자와 모래 사(砂)를 따서 마을 이름으로 삼았다한다.

마을 앞의 협곡인 단사협(丹砂峽)은 천하절경으로 예안읍지(禮安邑誌)인『선성지(宣城誌)』에서 예안의 빼어난 경치 14곡(曲) 가운데 제7곡으로 기록하였으며, 퇴계선생은 그 절경을 시(詩)로 남겼다. 이 단사협에는 옛부터 신선이 살고 있다고 전해지는데, ‘단사(丹砂)’는 신선들의 식량이 된다고 한다.

연하각(烟霞閣)은 마을 우측에 자리잡은 진성이씨단천파종택(眞城李氏丹川派宗宅)을 지나 마을 뒤로 100m쯤 올라가다가 나타나는 산 속의 작은 분지 속에 자리잡고 있다.

2. 堂號의 由來

연하각이 원래 있었던 ‘계남(溪南)’은 도산면 토계리의 한 마을이며, ‘연하각’은 이 마을 종택(宗宅)의 당호로 세칭 ‘계남경주댁(溪南慶州宅)’ 또는 ‘계남댁(溪南宅)’으로도 부른다. 도산면의 각 동리는 거의 대부분이 진성이씨(眞城李氏) 일족(一族)의 전거지(奠居地)로 이씨일족(李氏一族)들은 대부분 퇴계(退溪) 선생의 자손들이다. 그 중에서 계남 마을은 ‘퇴계수(退溪水)’의 남쪽에 위치한다하여 생겨난 이름이다. 상계(上溪)하계(下溪)와 함께 각기 퇴계수의 한 굽이에 자리잡은 계남은 도산면의 중심지였으며, 도산서원(陶山書院)에서 이씨 일족의 고장으로 들어가는 첫 동네였다.

계남 마을의 형성은 퇴계 선생의 8대손 함인재(含忍齋) 이귀용(李龜容)공이 단사(丹砂), 천사(川沙) 등지에서 살다가 1748년(영조 24) 이곳에 터전을 잡으면서 시작되었다. 그 뒤 잠시 순흥(順興)땅에 만거(萬居)했다가 1804년(순조 4)에 다시 계남으로 옮겨왔다. 이로부터 자손들이 영달(榮達)하고 문호(門戶)가 번창(繁昌)하여 계남 동네가 명성(名聲)을 떨쳤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유서 깊은 동네는 8.15해방의 혼란과 더불어 6.25 전쟁을 전후로 전원(田園)은 황폐해지고, 많은 집들은 비워지게 되었다. 그리고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1976년에 안동댐이 축조되면서 계남 마을은 수몰이 되고 말았다. 계남종택(溪南宗宅)인 연하각은 6.25전쟁 전후에 소실 파괴되어 버리고, 잔존건물인 연하각의 내당(內堂)과 안 사랑(舍廊)의 부속건물과 별업(別業)인 서운정(棲雲亭)은 안동댐 수몰로 후손 원강(源康)씨가 1975년 현 위치로 이건하였다.

3. 建築物의 構造와 配置

연하각의 정확한 건축 년대는 미상이나 대략 19세기경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집은 6.25전쟁 전후에 소실 파괴된 나머지 옛 모습을 찾을 수 없으나 화가 오영창(吳永昌)이 그린 ‘계남종가연하각전경도(溪南宗家煙霞閣全景圖)’를 보면 대략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대지의 좌측에 내당(內堂) 및 안 사랑(舍廊)의 부속건물로 연결된 ‘ㅁ’자형의 와가(瓦家)를 두었고, 그 우측에 사랑채 건물로 정면 5칸, 측면 5칸의 팔작기와지붕집 2동을 나란이 배치하였다. 사랑채의 뒤편에는 서운정이 자리 잡고 있다. 행랑채는 전면과 좌측면에 배치하였는데, 민가 건축으로는 그 규모가 상당히 크다. 전면의 행랑채는 크기가 정면 28칸, 측면 1칸이며 안채와 사랑채로 통하는 솟을대문을 2개를 내었다. 좌측의 행랑채는 정면 7칸, 측면 1칸이다.

연하각의 잔존건물인 안채는 내당(內堂) 및 안 사랑(舍廊)의 부속건물로 연결된 ‘ㅁ’자형 목조와가로 팔작지붕 민도리 홑처마집이며, 그 규모는 정면 7칸, 측면 7칸이다.

안채 건물의 공간구성은 전면에 중문을 사이에 두고 그 좌측에는 정면2칸, 측면 1칸의 마루방을 꾸미고, 연접한 좌측면에는 널문을 달아 마당으로 통하는 출입문 칸을 내었으며 그 옆에는 정면 2칸, 측면 1칸의 방을 두었다. 중문 우측의 안 사랑채는 전면에 반칸의 퇴칸을 내고 정면 2칸, 측면 1칸의 2칸통 온돌방과 정면1칸, 측면 2칸의 2칸통 마루를 꾸몄는데, 방과 마루는 직교(直交)한다. 마루와 연접한 좌측면에 방1칸이 있으며, 이방과 연접하여 마당으로 통하는 출입문 칸을 내었다.

중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앞에 중문과 같은 크기로 또 하나의 문을 설치하여 놓았는데, 이 문은 필요시에만 개방하고 평상시에는 빗장으로 걸어 내당(內堂)이 바로 보이지 않게 하는 내외벽(內外壁)의 기능을 한다. 이 문을 돌아 안마당에 들어서면 정면에 내당이 보인다.

내당은 가운데 원주를 세운 대청을 중심으로 좌측에 2칸통의 방과 부엌을 두었으며, 우측에는 대청과 직교하여 작은 고방과 2칸통의 방을 배치하였다.

연하각의 전방 30여m 떨어진 곳에는 서운정이 자리잡고 있다. 서운정은 농와(聾窩) 이언순(李彦淳)공이 만년〔헌종 1842〕에 벼슬에서 물러나 유식처(遊息處)로 삼기 위해 지은 정자로 정자의 이름은 문순공 퇴계 선생의 시(詩)에서 ‘산에 있으면 구름에 깃드는 학이 되기 원이나(在山願爲棲雲鶴)’라는 구절에서 두 글자를 따와서 현판한 것이다.

정자의 규모는 정면 3칸, 측면 1칸 반으로 홑처마 팔작기와집이다. 공간구성은 가운데 마루를 중심으로 그 좌우에 방을 배치하고 마루와 좌측 방 앞에는 반칸의 툇마루를 두었으며, 우측 방 앞과 측면에는 쪽마루를 설치하였다.

4. 關聯人物

가. 이귀용(李龜容, 1730～1815)

선생의 본관은 진성(眞城)이며, 자는 여성(汝成), 호는 함인재(含忍齋)이다. 퇴계 선생의 8대손으로 아버지는 증통정대부 이조참의(贈通政大夫吏曹參議) 세협(世浹)공이다.

선생은 자질이 순후하고 효성이 돈독하였다. 3세에 어머니를 여의고 외가에서 양육되었다. 장성하자 외방사부(外方師傅)에게 배우면서 스스로 힘써서 게으르지 않았다. 경오년(1750)에 아버지가 역질로 위독해지자 선생은 손가락을 끊어 피를 내어서 약에 타서 드리는 등 정성을 다했으나, 하늘의 도움을 받지 못하였다. 선생은 종신토록 통한(痛恨)했고, 거상(居喪)하면서 정성과 예도(禮度)가 아울러 지극하였다. 선생은 양친을 일찍 여의고, 계모(繼母)를 지성으로 봉양하며 안색(顔色)을 살펴서 그의 뜻에 순종하였다. 모부인(母夫人)께서 “이 아들의 숙수(菽水)가 딴 아들의 삼생(三牲)보다 나은 듯하다”하였다.

선생은 성품이 겸손하여, 비록 비천하고 유치(幼稚)한 무리라도 반드시 예로서 대우하여 더욱 공손하였다. 사람들이 혹 너무 지나침을 의심하니, 선생이 웃으며 “정고보(正考甫)가 담〔墻〕을 의지한 것은 잘못된 풍속을 바로 잡은 것이다. 나도 증대부(贈大夫) 이의부군(吏議府君)을 따랐다” 하였다. 매양 이르기를 “못 이긴 것을 이김같이 여긴다는 성인(聖人)의 말씀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후인에게 큰 정침(頂針)이다. 우리들이 일생 동안 힘써도 능히 배우지 못할 것이거늘, 감히 스스로 방자하겠는가” 하였다. 선생은 아들 언순(彦淳)의 귀(貴)로 수직(壽職)으로 첨추(僉樞)의 작질(爵秩)에 올랐다. 그러나 늘 포의(布衣)적 마음을 가져 사치를 부리지 않았으며, 친소(親疎), 귀천(貴賤), 노소(老少), 상하(上下) 모두를 정성으로 대접하여 그들의 마음을 얻었다. 거처하는 곳에 ‘함인(含忍)’이라는 편액을 달았는데, ‘함(含)’은 심회(心懷)를 비워서 물(物)을 포용하는 뜻이고, ‘인(忍)’은 말을 조심해서 자신을 지킴을 요지(要旨)로 한다는 것이다. 선생은 꾸밈이 없고 분수를 편케 여겨서 명리(名利)를 흠모(欽慕)하는 뜻이 아주 없었으니, 이로서 고가(故家)의 유로(遺老) 되기에 족했다. 별세한지 18년 후인 1832년(순조 32)에 이조참판(吏曹參判)에 추증(追贈)되었다.

나. 이언순(李彦淳, 1774～1845)

선생은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학자로 자는 경관(景寬)이며, 호는 농와(聾窩)이다. 퇴계 선생의 9대손으로 예안 천사(川沙)에서 귀용(龜容)공의 아들로 태어났다.

1804년(순조 4) 식년문과(式年文科)에 급제하고 성균관전적(成均館典籍), 사헌부감찰(司憲府監察), 홍문관수찬(弘文館修撰)응교(應敎)를 거쳐 충청도관찰사(忠淸道觀察使)를 역임했다. 그 뒤 공조참의(工曹參議), 동부승지(同副承旨), 춘천부사(春川府使)를 거쳐 1822년 암행어사(暗行御史)로 호서우도(湖西友道)에 내려갔다. 이 때 선생은 지방 수령들의 부정을 철저하게 다스려 강직한 인사로 이름이 높았다. 그 뒤 대사간(大司諫), 영흥부사(永興府使), 대사성(大司成)을 역임하였고, 이어 1835년 사은부사(謝恩副使)로 청 나라에 다녀왔다. 1840년(헌종 6) 이조참판(吏曹參判)에 낙점(落點)을 받아 장원서제조(掌苑署提調)와 동의금(同義禁)을 겸임하게 되었으나 부임하지 않았다. 이듬해는 좌승지(左承旨)에, 1843년에는 형조참판(刑曹參判)에 제수되었다. 1844년 봄에 부총관(副摠管)을 겸임했다가 7월에 이조참판(吏曹參判)과 동의금(同義禁), 동경연(同經筵)을 겸무(兼務)하였고, 그 뒤 좌윤(左尹)으로 이임(移任)하여 동지춘추관사(同知春秋館事)를 겸했다가 11월에 병으로 사직을 하였다.

선생은 성품이 굳세고 과감하며 마음씀이 부지런하고 민첩(敏捷)하여 자신이 여러 학생(學生)을 위해 힘썼다. 그리하여 어버이를 섬길 때나 관직에 있으면서 일찍이 여가에 편케 있음으로써 일을 폐(廢)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선생은 경연(經筵)에 있어서는 군왕을 깨우침에 간절했고, 간원(諫院)에 있어서는 비위(非違)를 논척(論斥)함에 거리낌이 없었다. 만년(晩年)에 집 서쪽 백보(百步)쯤에 작은 정자(亭子) 하나를 짓고 이름을 ‘서운정(棲雲亭)’이라 했다.

栖雲亭 서운정

이 건물은 조선 후기 농와(聾窩) 이언순(李彦淳)의 정자이다. 내부에는 농와(聾窩)라고 쓴 현판과 류치명(柳致明)이 찬(撰)한 서운정기(栖雲亭記)를 비롯한 몇 개의 기문과 시판들이 걸려 있다. 들어가는 출입문인 사주문에는 재산문(在山門)의 현판이 걸려 있다. 도산면 단천리의 서쪽 산록에 낙동강을 바라보며 동향으로 자리잡고 있다.

정면 3칸, 측면 1칸 반의 이 정자는 가운데 1칸을 마루로 꾸미고 좌측에 1칸 반의 온돌방과 뒤에는 벽장을 만들었으며, 우측에는 1칸의 온돌방을 두었으며 전면 2칸에는 반칸의 마루로 꾸몄다. 후면과 우측면에서 전면 우측까지 툇마루를 설치하였다. 덤벙주초를 놓고 각주를 세운 홑처마 팔작지붕 건물로 전면에 짧은 누하주를 만들어 누각식으로 꾸몄다.

이언순(1774∼1845)의 본관은 진성(眞城)으로 자는 경관(景寬)이며 호는 농와이다. 1804년 식년문과에 급제하고 수찬·응교를 거쳐 충청도관찰사를 역임하였으며 그 뒤에 공조참의, 동부승지, 춘천부사를 거쳐 1822년 암행어사로 지방 수령들의 부정을 철저하게 다스려 강직한 인사로 이름이 높았다. 그 뒤 대사간, 영흥부사, 대사성을 역임하고 1835년에는 사은부사로서 청나라에 다녀왔다. 1840년 이조참판에 이르렀다.

栖雲亭 서운정

얌전하면서도 꼿꼿하여 힘을 느끼게 하는 안정된 해서체이다.

정자의 이름은 퇴계의 시(詩) 가운데 산에 있으면 구름에 깃드는 학이 되기 원이나(在山願爲棲雲鶴)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출전: 안동의 유적

*주택 전문가가 본 안동시 도산면 ‘계남고택’ *

계남고택은 안동지방의 전형적인 ‘ㅁ’자 집이다. 19세기 초에 지어진 계남고택은 양반가의 권위보다는 실용적인 쓰임새를 생각해 지은 집이다. 사랑채 툇마루에 설치한 광과 방의 부속공간으로 설치한 반침 등이 그것을 말해 준다. 

▲ 정면 7칸, 측면 7칸 규모의 계남고택.

안동지방 ‘ㅁ’자 가옥의 전형

도산서원을 지나 1km쯤 가면 도산면사무소가 있다. 그곳에서 샛길을 따라 들어가면 퇴계종택을 만나게 되고 조금 더 가면 이육사 생가 터가 나온다. 여기서 500m쯤 떨어진 곳에 계남고택이 있다. 계남고택이 자리 잡은 토계동은 낙동강을 앞에 두고 청량산 줄기를 벗삼은 마을로 퇴계의 자취가 골골이 배어있는 곳이다. 

 
계남고택의 집주인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퇴계의 후손인 진성 이씨고유였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육사와도 멀지 않은 친척이라고 한다. 19세기 초, 퇴계의 9대나 10손쯤 되는 이가 이 집을 지은것으로 보인다.이 집은 본래 퇴계종택에서 멀지 않은 하계 남쪽(이런 연유로 계남댁이라 불렸다)에 있었는데 안동댐이 만들어지면서 수몰을 피해 지금 자리로 옮겼다

▲ 다양한 반침돌이 벽면을 꾸며 주고 있다.

이채로운 공간 구성이 눈길을 끄는 집

계남고택은 작은 성채를 연상케 한다. 정면 7칸, 측면 7칸의 정방형 집채는 삿된 것의 침범을 허락지 않는다. 이른바 ‘ㅁ’자 가옥은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지만 안동지방에 특히 많다.

‘ㅁ’자 가옥은 가운데 마당을 두고 빙 둘러 집채를 세운 집을 말한다.

‘ㅁ’자 가옥 중에는 안채와 문간채, 안채와 행랑채로 구성되어 있는 집도 있지만 전형은 안채와 사랑채로 구성된 집이다. 바깥에 사랑채를 두고 뒷줄에 안채를 둔 형태이다. 이런 ‘ㅁ’자 가옥으로는 하회마을의 북촌댁, 양동마을의 서백당 등이 대표적이며 계남고택도 이런 형태를 띠고 있다. 집채를 왜 ‘ㅁ’자 형태로 만들었을까. 그 까닭에 대한 명쾌한 답은 없다. 다만, ‘ㅁ’자가 입 구(口)자와 같기 때문에 먹는 문제 해결이라는 바람이 실려있다는 것과 겨울철 바람을 막아주고 짐승이나 사람의 침범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란 풀이를 해 볼 수 있다. 

▲ 중문간과 대청 사이에는 계단을 설치했다.

계남고택은 30여 칸쯤 되는 크기이지만 세련된 장식이나 치레가 없어 사대부가의 짱짱한 멋은 없다. 엄한 할아버지 집이 아니라 살가운 할머니가 하얀 미소를 띄우는 집 같다. 사랑채는 정면 4칸 크기의 팔작집인데 지붕을 높이지 않아 수수해 보인다. 칸 구성도 사대부가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일반적인 사대부가의 사랑채는 사랑방 2칸, 대청 2칸 쯤으로 구성하고 누마루도 설치하지만 이 집은 사랑채 1칸에 광을 들이는 파격을 보인다. 광을 설치한 칸은 상하부를 나누어 하부는 아궁이와 문간으로 사용하고 상부는 다락으로 사용했다.

4칸의 사랑채는 광, 사랑방 2칸, 대청마루로 구성했다. 사랑방은 안채에서 곧장 출입할 수 있도록 뒤쪽에도 출입문을 만들었다. 사랑대청은 날개채 쪽으로 1칸을 넓혀 2칸 크기이지만 측벽을 판문 (나무판으로 만든 문)으로 막았기 때문에 답답한 느낌을 준다.

▲ 널찍한 안마당을 둔 안채. 2개의 안방과 육칸대청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수납공간이 돋보이는 집

널찍한 안마당을 두고 있는 안채는 5량 구조의 맞배집이다. 7칸 크기의 안채는 5칸이 마당과 접하고 있는데 이를 모두 대청으로 만들었다면 십칸대청이 되었을 것이지만 2칸에 안방을 들였기 때문에 육칸대청이다. 안대청은 중도리 받침 기둥을 세웠기 때문에 통칸이 되지 못하고 툇마루와 대청마루가 나누어져 있다. 서울 양반가들은 대청에 분합문을 달기 위해 기둥을 세우지만 이 집은 구조적인 문제와 재료적인 문제 때문에 중도리 받침 기둥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안방이 2개인 것도 특이한 모습이다. 안방은 공간을 넓게 사용하기 위해 뒤쪽에 커다란 부속실을 달았다. 안방 쪽 날개채에는 부엌과 방, 중문간을 배치하고 건너쪽 날개채에도 방과 부엌 겸 중문간을 달았다. 날개채 방에는 바깥 쪽에도 쪽마루를 달아 집 안팎에서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 

▲ 안방 쪽 날개채.

계남고택은 다양한 유틸리티(다용도) 공간이 돋보인다. 곳곳에 광을 들이고 반침을 설치해 공간을 풍부하게 사용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광이나 헛간은 날개채나 행랑채에만 설치하지만 이 집은 사랑채 툇마루, 안대청 구석에까지 광을 만들었다. 요즘의 붙박이장 용도인 반침을 사랑방과 안방은 물론이고 사랑대청에도 만들었다. 우리네 한옥은 3칸 크기든 그 규모에 상관없이 다양한 수납공간을 곰살맞게 확보하고 있다. 그것은 별채(헛간 등 수납공간)를 지을만한 재력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그 공간에는 그 공간의 쓰임새에 맞는 그만큼의 여유공간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안방에는 안방에 필요한 공간, 사랑방에는 사랑방에 필요한 공간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출전:주택저널 「한옥의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