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남댁(樊南宅) 

번남댁/樊南宅

경상북도민속자료 제7호(1973.8.31)

안동시 도산면 의촌리 108

이 건물은 고종연간(高宗年間) 대원군 집정시(執政時)에 지어진 주택으로 서울의 창덕궁(昌德宮)을 모방한 것이라고 전한다.

99칸으로 지어졌던 것인데 6.25사변으로 일부가 없어지고 지금은 50칸 정도가 남아 있다. '口'자형 구조를 이룬 본채 좌측에 역시 'ㅁ'자형의 사랑채가 이어지고 본채와 사랑채 사이에 행랑(行廊)채가 들어서 있다. 원래 좌측으로 안사랑채가 달려 있었으나 없어졌다.

굴뚝은 본채 후면에 전석(轉石)으로 쌓아 모든 아궁이의 연기가 이 하나의 굴뚝으로 빠져나가게 되어있다. 건물 규모가 크고 구조에 특이한 점이 있는 조선 말기의 반가(班家) 주택이다.

답사노트

본 건물은 좌산(左山) 이만윤(李晩胤)공이 직접 감리하여 지었는데, 현재 자찬한 「삼호당기(三乎堂記)」가 게판되어 있다.

글씨는 아들인 도운(陶雲) 이중태(李中泰) 공이 썼다. '번남(樊南)'은 이동순(李同淳) 공의 당호라고 한다. 사랑채는 대원군 친필인 '좌산(左山)'이란 현판이 있었다 한다. 최근 일부 수리된 번남댁은 아직도 곳곳에 번성했던 당시의 흔적이 남아있다. 갈수기에는 도산서원 매표소 아랫쪽 강을 가로질러 놓인 돌다리를 통해 강물을 건너 섬마와 중마를 지나 이곳에 이를 수 있다.

출처:  국학진흥원<안동의 문화유산>

번남댁

1. 둘러보기

이 건물은 도산면 의촌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고종 연간의 대원군 시절에 지어진 주택으로 서울의 창덕궁을 모방하여 건립하였다고 전한다.

사대부의 고대광실을 상징하듯 왕궁 100칸 보다 1칸 부족한 99칸이었으나, 한국전쟁으로 50칸 정도만 남아 있다.

건물은 남쪽을 향하고 口자형 구조를 이룬 본채 좌측에 역시 口자형의 사랑채가 이어지고, 본채와 사랑채 사이에 행랑채가 들어서 있다. 원래는 좌측으로 안사랑채가 달려 있었으나 지금은 없어졌다.

집안의 모든 아궁이에서 나오는 연기를 본채 후면에 돌벽돌로 쌓아 만든 하나의 굴뚝으로 빠져나가게 한 독특한 구조이다.

안채의 축담 위에서 서서 보면 시사단이 보이고 그 너머에 도산서원이 보인다. 영남의 개인 궁궐로 자부하다가 100년의 세월 속에서 쇠퇴해가는 한 사대부가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2. 건물 이야기

 명 칭 :  진성이씨 번남댁(眞城李氏 樊南宅)

 소 재 지 :  경상북도 안동시 도산면 의촌리 108

 건 축 주 :  이만윤(李晩胤, 1834~?)

 건축시기 :  19세기 말

 소 유 자 :  이동익(관리자 : 이동익)

 문 화 재 :  경상북도 민속자료 제7호, 1973년 8월 13일 지정, 1동

 건축 이야기

99칸. 고대광실의 상징적 크기이다. 아무리 재부와 권세를 갖춘 사람이라 하여도 100칸을 채우지는 못한다고 하였다. 혹자는 100칸 이상은 제왕만이 지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 하고, 혹자는 또 100은 꽉 차는 숫자이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조락만이 있을 따름이므로 그쯤에서 멈추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의미에서 99칸으로 그치는지는 보는 시선에 따라서 달라질 일이지만, 어쨌든 하나의 개인 집이 99칸의 규모를 갖춘다는 것은 그것 자체만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1칸 집을 짓는 것만도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쉬운 일이 아니지 않던가.

지금은 50칸이 남아 있단다. 창덕궁을 모방하여 지었다고 한다. 개인의 궁궐, 가문의 궁궐을 염두에 둔 장대한 포석이 거기 있었으리라. 한 왕조가 천년왕국을 꿈꾸면서 궁실을 세우듯이, 이 기지 위에서, 이 건물 안에서 가문의 영광이 천 년 동안 길이 이어지기를 바라던 것이리라.

그러나 천 년은커녕, 고작 백 년을 버텨냈을 따름이다. 그 사이에 어디 번남댁만 조락의 길을 걸었던가. 천년왕국을 자랑하던 왕조도 역시 조락의 길을 걸어 끝내는 문을 닫아걸고야 말았고, 수 천 년 이어온 우리의 역사도 끝장을 보았으며, 우리의 정신과 문화도 걸레쪽이 되어 버리지를 않던가. 번남댁의 조락이 그렇게 급하게 이루어졌던 것은 우리 현대사가 광풍 앞에 휘몰렸던 탓인 것이라는 말이다.

번남댁의 대문 앞에 서서, 열린 바깥대문 사이로 보이는 건물들의 위용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파노라마처럼 스쳐가는 세월의 거친 흐름을 감당할 수 없는 마음이 된다. 뜨거운 한 여름, 열사의 사막 같은 더위는 번남댁의 넓은 공간을 잔뜩 내리누르고 있었다. 그러나 내 마음 속에는 스산한 찬바람이 불었다. 그 안팎의 부조화가 이중으로 나를 견딜 수 없게 하였다. 잠시 숨조차도 제대로 쉬기 어려울 정도였다. 

건축 특징

99칸으로 이루어진 고대광실이다. 

건물 구성

번남댁은 남향하고 서 있다. 큰 대문을 들어서면 길쭉한 사각형의 바깥마당이고, 그 안쪽 일선으로 쭉 뻗은 축담 위에 본채가 자리 잡고 있다.

축담 위, 서쪽 끝에는 서향으로 서 있는 사랑채이다. 바깥마당에서 축담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중문을 들어서면 앞은 벽이 막아서고 길은 동 서로 갈라진다. 서쪽을 향해 쪽문을 넘어 들어가면 사랑채 영역이다.

좁은 정사각형의 안마당. 좁다고 하는 것은 번남댁의 규모를 가지고 하는 말이다. 통상의 집에 비하자면 보통의 넓이라 하겠다.  눈을 들면 앞을 막아서는 사랑채 건물. 정면 4칸, 측면 2칸 반. 반 칸은 앞으로 붙어 있는 마루이다.

안은 통으로 열려 있는 마루방이다. 마루방 한쪽에 제상과 위판을 올려놓는 높은 대가 보인다. 사당이 사라지고 없으니, 제상이 여기 보관되어 있는 것이리라.

번남이라는 당호가 내걸린 사랑채 한쪽에는 좁직한 골마루를 통하여 안채로 들어가는 통로가 마련되어 있다. 안채는 또 다른 口자형 구조로, ㄴ자 형상의 안마당을 중심에 두고 아래쪽으로는 작은 행랑채와 고방을 양쪽으로 벌려 놓고, 위쪽으로는 마루 양 옆으로 여러 개의 방들을 벌려 놓은 형상이다. 이 안채에는 부엌을 비롯하여 세 군데의 아궁이가 있는데 뒤쪽에 마련되어 있는 하나의 굴뚝으로 연결된다고 한다. 

현판 

번남(樊南) 

서쪽에서 남북 축으로 동향하고 서 있는 사랑채 건물의 처마 밑, 건물의 한가운데에 번남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단정하지만 힘 있는 필세이다. 그 끝에는 작은 글씨로 정사 가을 9월[丁巳秋九月]이라는 날짜가 내려쓰기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느 정사년일까? 1977년?, 1917년?, 1857년? 아무래도 1917년으로 보는 편이 합당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마치 직사각형의 나무쟁반같이 납작한 턱이 사선으로 마련되어 있고, 각진 모서리를 두 번 둥글려 기러기 날개 모양을 하고 있는 현판의 바닥에는 백색 칠이 되어 있고, 글씨는 검은 색이다. 턱진 부분으로는 사방 돌려가며 붉은색의 큰 꽃을 달고 있는 꽃나무 가지가 그려져 있는데, 목단이 아닌가 여겨지지만, 정확한 것은 잘 모르겠다. 번남이라는 당호는 아마 이 집을 지은 이중태의 선조인 번암 이동순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좌산(左山) 

대원군의 친필이며 사랑채에 있었으나 지금은 없다.

치옹기(癡翁記) 

삼호당기(三乎堂記) 

글씨는 도운(陶雲) 이중태(李中泰)가 썼는데 지금은 없다.

3.  인물 이야기

- 번남댁 사람들

번남댁의 종가를 이어온 사람들은 의인파(宜仁派)에 속한다. 퇴계 이황의 큰 아들 이준(李寯)의 세 아들 중 둘째인 이순도(李純道)로부터 이 계열은 흘러 내려온다. 이순도는 자가 순보(醇甫)이고 1554년(명종 9)에 출생하여 1584년(선조 17)에 타계하였다. 선산김씨와의 사이에서 아들 이율(李?)을 두었다.

이순도 계열이 의인에 기지를 잡아 의인파를 형성하는 데에는 이율의 아들인 이영철(李英哲)의 넷째 아들 이집(李集) 때부터이다. 이영철은 자가 명숙(明叔)이고 1607년에 태어나 1691년에 타계하였다. 처음 부인인 풍산유씨로부터 낳은 자식들이 다 일찍 죽었으므로 이재건(在建)을 양자로 들였으나, 그가 또 자식 없이 죽음에, 후 부인으로 안동권씨를 맞아 3남 1녀를 둔다. 그 중 3남인 이집이 네 아들을 두어 그 중 셋째 아들 이수증(李守曾)으로 재건의 후사를 잇게 함으로써 이순도 계열 종계의 가계가 흘러 내려갈 수 있게 되었다. 집은 의인에 세거지를 정하여, 의인파로의 분파를 이루는 바탕을 마련하는 것이다.

번남댁 사람들은 이수증의 아들 이세학(李世學)의 둘째 아들 이구천(李龜天)으로 연결된다. 이구천의 장자는 이동순(李同淳, 1779~1860)이다.

이동순은 이 계열 사람들의 중흥을 이루어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자는 의경(義卿)이고 호는 번암(樊庵)이다. 1779년(정조 3)에 태어나 1860년(철종 11)에 세상을 떠났다. 문과 급제를 하였고, 벼슬이 가선대부 호조참판에 이르렀다. 

이중태(李中泰)

1891년(고종 28)에 증광시(增廣試) 병과 42등으로 대과 합격하였다.

1872년(고종 9)에 출생하였다. 본관은 진보(眞寶), 거주지는 예안(禮安)이다.. 부친은 이만윤(李晩胤)이다. - 『사마방목(司馬榜目)』

- 어진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 

의촌리는 구한말에 예안군(禮安郡) 의동면에 편입되었으며, 1914년 의인리와 섬촌을 병합하여 의촌동·의촌리라 하여 도산면에 편입되었다. 안동댐으로 수몰지구가 되었으며 1995년 안동시에 속하게 되었다.

『동국여지승람(東國與地勝覽)』의 예안현(禮安縣) 고적조(古跡條)를 보면 이 마을은 원래 안덕현(安德縣:고려 초의 지명)의 지도부곡(知道部曲)이었다 한다. 그러다가 고려 말(1361년) 공민왕(恭愍王)이 홍건적(紅巾賊)을 피하여 복주(福州:안동)로 피난 왔을 때 현으로 승격하여 예안이라 고치고 안동에 복속케 했다고 한다.

『선성지(宣城誌)』에도 의인(宜仁)은 ‘현 동쪽 9리에 있으며, 고려 공민왕이 승격시켜 현으로 만들어 지금의 명칭으로 고치고 안동에 복속시켰으며, 공양왕 때 다시 예안현에 복속되었다’고 한다.

섬촌·섬마는 의인 서북쪽에 있는 마을로 고려 공민왕 때 의인현(宜仁縣)에 속했으며, 섬마·섬마을 등으로 불렀다. 낙동강(洛東江) 물이 두 갈래로 흘러 마을이 섬 같아 보인다고 하여 섬촌이라 고도 불렀다. 의인은 어진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란 뜻이다.

이 마을에서는 도산서원이 바로 건너편으로 보인다.

도산서원 앞 낙동강 한가운데에 시사단(試士壇)이 있다. 시사단은 섬촌 북쪽에 있는 단(壇)으로 정조가 퇴계(退溪) 이황(李滉, 1501~1570)의 유덕을 추모하기 위하여 1792년 손수 제문(祭文)을 짓고, 좌부승지 이만수(李晩秀)를 서원에 보내어 도산서원에 제사를 지낸 후 여기서 과거를 보인 곳이다.

그 후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단을 모으고 비를 세웠는데 단의 위치가 낮아 안동호(安東湖)로 인하여 침수되기에 흙으로 약 30m 높이 쌓아 올려놓았다.

지금은 안동댐으로 마을이 호수가 되었지만 옛날에는 큰 반촌(班村)이었다.

번남고택은 이 지역에 남아 있는 고택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공간 구성이 경기지역 대규모 고택의 짜임새를 가지고 있다.

출처: 국학진흥원· 유교문화권<유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