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안군 (p283~284)

어떤 사람이 훌륭한 업적을 남겨 후손에게 영광을 선물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대체로 한 가문의 시조나 중시조로 추앙을 받는 사람들이 그런 경우에 속한다. 그러나 반대로 후손이 훌륭하여 한미한 조상이 빛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진성 이씨의 시조가 빛난 것은 후자의 경우에 속한다. 가장 먼저 진성 이씨를 빛나게 하여 시조를 빛내고, 명문의 기틀을 닦은 인물은 고려 말 홍건적을 토벌한 공으로 송안군宋安軍에 봉해진 이자수李子脩인데, 그는 이석李碩의 아들이다. 

<송안군 할뱀묘소> 2005.11월.서울화수회

 이자수의 생몰년은 미상이다. 그는 충목왕 때 문과에 급제한 뒤 공민왕 10년(1361)에 홍건적이 고려를 침략하자 총병관 정세운鄭世雲의 부장으로서 수도 개경을 수복하는데 큰 공을 세웠으며 이로인해 공신에 책록되고 송안군에 봉해졌다. 그는 벼슬이 통헌대부通憲大夫 판전의시사判典儀寺事에 이르렀으나 왜구의 침탈로 나라가 어지러워지자 거처를 정하지 못하다가 고향에 가까운 안동으로 오게 되었으니, 그가 바로 진성이씨 안동 입향조이다. 그가 처음 자리를 잡은 곳은 지금의 풍산읍 ‘마래’(輞川, 麻崖)이다. 병풍 같은 절벽 아래로 낙동강이 휘돌아 흐르는 마래는 하회와는 또 다른 먹과 맛이 있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지금도 그곳에는 진성 이씨들이 세거하고 있는데 산수정山水亭 마루에 앉아 강변의 송림과 마래 절벽을 바라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이자수는 말년에 마래를 떠나 안동시 주하동의 두루로 옮겨갔다.

<송안군 할뱀 비석>

 이자수의 산소는 안동시 서후면 명리鳴里, 속칭 진골이라고 하는 곳에 있다. 34번 국도를 타고 서쪽으로 솔밤다리를 지나 1.8킬로미터쯤에 이르면 ‘안동과학대, 서후(명리)’라는 도로 표지판이 있다. 표지판이 지시하는 옛길을 따라 오른족으로 명리에 들어서면 명리 마을회관 건물과 명동 수퍼마켓이 나온다. 마을회관 쪽으로 광흥사光興寺 가는길이 있는데 광흥사 길을 버려두고 수퍼마켓에서 직진하여 1.15킬로미터 지점에 이르면 왼쪽 길가에 ‘송안군 유허비’가 서 있는 샛길이 있다. 이 샛길은 지나치기 쉬우므로 조심해야 한다. 샛길을 따라가면 재사가 보이고 재사 뒤쪽을 돌아 북서쪽으로 난 밭길을 다라 얼마쯤 가면 산소가 나타난다.

 밭길의 끝에서 위족으로 산길이 시작되는데 그 입구에서 왼쪽을 보면 두 개의 작은 개울이 만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지점이 수구水口이다. 수구 안쪽에 지기地氣가 갈무리되므로, 수구 안쪽이 이른바 명당明堂이다. 명당은 용이 행룡을 끝내고 머물러 있는 장소이다. 그러므로 수구의 모습을 보는 것이 명당을 판별하는 일차적 요소가 된다. 이곳의 수구는 지기地氣의 누설을 막기 위해 큰 바위가 수구를 막고 있다. 이러한 바위를 ‘요성曜星’이라 한다. 요성은 명당의 남은 기운이 뭉친 것으로 비교적 작은 바위일 때는 ‘요석曜石’이라고도 한다. 이자수 산소는 수구가 잘 짜여진 명당이며 당판의 힘도 좋다. 내룡이 후덕하고 내외백호가 이중으로 감싸주며 조안朝案도 훌륭하다.

 이자수 산소에는 모두 여섯 기의 산소가 있다. 당판에 두 개, 순전에 세 개, 도두 부분에 하나가 있다. 당판에 제체를 만들고 비석을 세운 상하 두 기의 산소 가운데 어느 것이 이자수 묘인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그냥 두 산소에 다 비석을 세워 놓았다. 앞 쪽 순전에 있는 세 개의 산소는 별 문제가 없지만 가장 위쪽의 산소는 좀 곤란하다. 이미 감람묘에서 지적했듯이 없는 것이 낫다. 하지만 한번 쓴 산소를 함부로 옮길 수도 없는 노릇이니 처음 쓸 때부터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