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東彦(23世) 
 
7世.대사헌 정민공 휘 해 사록 大司憲 貞愍公 諱 瀣 事錄 


묘지墓誌 

 공公의 휘諱는 해瀣, 자字는 경명景明이며, 그의 선조는 진보현 사람이다. 육대조六代祖 휘 석碩이 고을 아전인데 사마시에 응시했고 그 후 밀직사로 증직되었다. 이분이 휘 자수子脩를 낳아서 고려 말 과거에 합격했고 홍건적을 
평정한 공으로써 송안군松安君으로 봉해졌으며 벼슬을 판전의사사判典儀寺事까지 했다. 고조高祖의 휘 운후云侯는 군기시부정軍器寺副正이었고 사복시정司僕寺正으로 증직되었다. 증조曾祖 휘 정禎은 일찍이 영변판관寧邊判官으로 되어 약산성을 개척한 공로가 있었다. 선산부사善山府使로 있다가 고종考終했다. 조촐하고 조심하여 유능한 관리로 저명했는데 가선대부嘉善大夫 호조참판戶曹參判으로 증직되었다. 조祖의 휘는 계양繼陽이다. 계유년 진사시에 합격했고 고요함을 좋아하여 숨은 절조가 있었다. 안동에서 예안현 온계리에 살 터를 처음 잡았고, 자헌대부
資憲大夫 이조판서吏曹判書로 증직되었다. 고考의 휘 식埴은 굳센 뜻으로 힘껏 학문하였다. 신유년 진사시에 합격했고 숭정대부崇政大夫 의정부좌찬성議政府左贊成으로 증직되었다. 비妃는 정경부인貞卿夫人으로 추증되었는데 춘천박씨 사정司正 휘 치緇의 따님이다. 公은 홍치 병진년(1496)에 났는데 어려서부터 용자가 빼어나서 뭇 아이보다 뛰어나니 先君선군께서 기이하게 여겨서 사랑하였다. 선군이 일찍 돌아가시자 숙부 송재松齋선생 휘 우께서 
힘껏 훈도하시어, 원대한 성취가 있기를 기망期望하셨는데 문사와 자획을 앞서는 자가 있지 않았다. 을유년(1525) 진사시에 합격했고 무자년(1528) 과거에 선발되어 승문원承文院에 들어갔다가 예문관검열禮文館檢閱로 추천되었다. 임진년(1532)에 봉교奉敎를 거쳐, 성균관 전적典籍으로 승진했고 계사년(1533)에 시강원사서侍講院司書, 사간원정언司諫院正言과 공조工曹·예조禮曹의 좌랑佐郞을 역임했으며, 7월에는 이조좌랑吏曹佐郞으로 전임되었다. 
병신년(1536)에 정랑正郞으로 승진했고, 6월에는 의정부 검상檢詳으로 배명하였다. 정유년(1537)에는 사인舍人
으로 되었고, 7월에 일본국 사신을 선위宣慰하였다. 9월에 홍문관응교弘文館應敎로 옮겼으며, 10월에 내간상內艱喪을 당했다. 기해년(1539)에 복服을 마치자, 사인으로 복직했다. 경자년(1540)에 전한典翰·사간司諫·제용감 정濟用監 正·사복시 정司僕寺 正을 역임하였다. 신축년(1541)에는 사헌부집의司憲府執義를 거쳐, 전한典翰으로 되었다가 
직제학直提學으로 승진했다. 이 해에 하삼도에 흉년이 크게 들었다. 조정에서 이름난 신하를 선택해 보내서, 굶주
리는 백성을 구제토록 했는데 공은 경상도에 가게 되었다. 그때에는 공사간에 오히려 저축된 곡식이 있었고 공이 
알맞게 계획하였다. 여염에 나 들면서 수고로움을 꺼리지 않으니 여러 고을이 시끄럽지 않으면서 백성은 매우 
힘입었다. 복명하자 통정대부通政大夫 승정원동부승지承政院同副承旨로 승진되었다. 계묘년(1543)에 도승지都承旨로 되었고 갑진년(1544)에 가선대부嘉善大夫 사헌부대사헌司憲府大司憲으로 승진했다. 5월에 서추(西樞, 추는 
중추부中樞府, 서반이므로 중추부를 일컫는 말)로 체임되었다가 사간원대사간司諫院大司諫 예조참판禮曹參判을 
역임하고 다시 대사헌으로 되었다. 을사년(1545)에 서추에 있으면서 성절사(이조 때 중국 황제의 탄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보내던 사신)로 북경에 갔고, 병오년(1546)에는 장예원판결사掌隸院判決事로 제수되었다. 정미년(1547)에 황해도 관찰사觀察使로 나갔고, 무신년(1548)에는 서추에 들어와서 오위도총부 부총관五衛都摠府 副摠管을 겸임
했으며, 한성부 우윤右尹으로 있다가 충청도 관찰사로 되었다. 이보다 앞서 공이 두 번째 대사헌으로 되었을 때이다. 인묘仁廟께서 처음 즉위하여 밤낮으로 좋은 보필을 생각했는데, 李기가 우상右相으로 되자 물의(物議-공론)가 왁자하였다. 양사(兩司, 사헌부와 사간원, 삼사三司라 하면 홍문관을 합쳐서 일컫는 말임)에는 논박해서 체임시켰
더니, 기가 이를 연유해서 공에게 한을 품었다. 공이 호서에 있을 때, 조정에서 유신현 사건의 남은 불씨를 다스림이 매우 급했다. 고을에 귀양 갔던 백성, 최하손이란 자가 귀양살이에서 도망해 와서 있었다. 기회를 노려서 꾀를 
피워 곧 죄를 방면코저 하여 본읍 품관(品官, 좌수 별감 따위 향읍 하급관리)들의 향회문자를 훔쳐 가지고 서울에 
달려가서 고변하려 하였다. 품관이 알고 잡아서 고을에 보고했고 현감 李致는 감사에게 보고해서 신문하기를 청했다. 공은 다만 보고에 의거해서 이문(移文, 관청끼리 공문을 보내서 조회 또는 하달하는 것)했을 뿐인데 하손이 
형장 아래서 죽어 버렸다. 李洪胤의 형 洪男은 집안이 큰 변란을 만나는데 긴급하지도 않은 일을 급하게 처리하는 것이 있었다. 공은 홍남이 문사文士이면서 한 짓이 이와 같다는 것으로써 남을 대해 비웃었더니 홍남이 듣고 크게 원망하였다. 사간司諫 이무강李無疆은 그의 숙부 沖南이 이기와 더불어 동서 간임을 인해, 그 연줄을 잡아 갑자기 요직에 올랐다. 기의 졸개가 되어서, 무릇 기와 원한이 있는 사람이면 팔을 뽑내서 밀쳐내지 않음이 없었고, 세력이 불꽃같았다. 공과 사국史局에 함께 벼슬하면서 공에게 제 집을 방문하도록 요청하였다. 공은 그의 대답만 하였을 뿐, 여러 번 그 집 문간을 지나치면서 들어가지 않았다. 무강은 공을 중상해서 기를 즐겁게 하고 겸해 제 분함도 
풀고자 하였다. 그런데 홍남의 처남 元虎變이 무강과 서로 왕래하면서 사귐을 맺고 있었다. 이리하여 홍남이 호변을 시켜 무강에게 공을 무함誣陷하니, 무강이 크게 기뻐하고 양사에 충동질하여 공을 탄핵하였다. 그때에 대사간 
元繼檢은 곧 호변의 숙부이고 대사헌 宋世珩은 성품이 위태롭고, 권세에 붙좇기를 좋아했으므로 서로 더불어 선동하였다. 처음에는 공이 역인逆人의 전토와 장획(藏獲-종)을 사사로이 누락시켜서 돌려주었다고 헐뜯어 고해 바쳤다. 사헌부에서 본도本道에 이문해서 죄상을 억지로 수집했으나 실상이 없었다. 다음에는 하손의 사건을 터뜨려서 역적을 비호했으니 역적과 다름없다는 말이 있기까지 하였다. 무강은 그것만으로는 오히려 죄가 무겁지 않을까 
두려워해서, 또 공이 具壽聃과 서로 한 패거리라고 무함하였다. 그리하여 금옥禁獄(의금부의 감옥)에 갇혀, 이치와 함께 국문을 당했는데 매우 참혹하였다. 어떤 사람이 공에게 거짓으로라도, 자복하면 죄를 면할 수 있다고 권했으나 공은 개연히 “내가 범한바 없는데 거짓 자복해서 살기를 구하는 것을 내가 어찌 하겠나”하고, 원통함을 통절하게 호소한 소장疏章을 스스로 초草해서 올리고자 했으나 추관(推官, 역모 따위 큰 옥사를 추국하는 일을 맡은 관원)
이 허가하지 않았다. 얼마 안 있어, 이치가 신정訊庭에서 운명했는데, 임금이 공을 갑산에 유배하도록 명했다. 양사에서 율律대로 시행하기를 청해서, 하루에 여섯 일곱 번이나 계啓했으나 임금은 허가하지 않았다. 공은 목숨이 
위태하고 몸이 고달퍼서 가마를 타고 갔다. 양주 민가에 이르러 열이 났으나 약은 효과가 없었다. 드디어 별세했는데 이해 8월 14일이었고 나이는 쉰다섯이었다. 공은 성품이 너그럽고 도량이 넓었다. 형제간에 우애하여, 집에 
있으면 화락하였고 자제나 비복이 허물 있어도 일찍이 노여움을 나타내지 않았다. 중형仲兄 의가 일찍 별세했는데 조카 재宰를 데려다가 무육하며 교훈하여 성취 있게 하였다. 남과 함께 있으면 훈훈한 덕기德氣가 저절로 친해지
도록 하였다. 친구의 급함을 반드시 힘껏 구제하였고, 평생에 남을 해치려는 마음이 없으니, 사람들이 바라보기만 해도 군자임을 알았다. 저 하손이란 자는 한 고을 생명으로써 큰 이익을 탐내고자 하였다. 그를 신문한 것은 그 
실정을 캐내어서, 조정에 보고하려 했던 것인데 한차례 신문에 갑자기 죽을 줄을 어찌 요량이나 했겠는가. 옛적
 唐나라 최인사崔仁師가 청주의 반역옥사反逆獄事를 다스리면서 평반(平反, 죄인을 반복 조사해서 죄를 되도록 가볍게 하는 것)한 바가 많았다. “만에 하나 잘못 놓아 보냈다 하더라도, 내 한 몸으로써 열 죄수의 죽음과 바꾸기를 원 한다”하였다. 공의 마음 씀도 또한 이와 같은 것이었다. 그 처리한 바가 비록 조금은 소루疏漏한 듯 했으나 
이것은 바로 「그 사람의 허물을 보고서 그 사람의 仁을 안다」라는 것이었다. 또 공은 평소에도 서로 부르고 좇고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비록 수담과 동년이었으나 일찍이 서로 왕래하지 않았다. 수담이 일찍이 대사간으로 
되었을 때, 기를 공격해 없애고자 했으나 실행하지 못했는데 이 해 여름에 말하는 자가 기의 부추김을 받고 수담을 논죄해서 죽여 버렸다. 무강의 생각에는 수담이 죄를 당한 것은 임금을 범한 말이 있었기 때문이니, 오직 이것이면 임금의 노여움을 격발 시킬 수 있다 하였다. 드디어 공을 그의 당패로 지목하여 기화(奇禍, 뜻밖에 당하는 화변)를 당할 곳에 밀어 넣었다. 그 발발勃勃한 흉기는 반드시 남을 가루로 만든 다음에, 제 마음을 쾌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아아, 공의 충후한 덕으로써, 성조를 만났건만 이 무리의 무함을 당해서 이 지경에 이르렀음은 어찌 천운이 
아니겠는가. 비록 그러나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라에 정론이 있었다. 비로소 기의 죄상이 폭로되어 상직相職이 파면되자 걱정하고 두려워하다가 죽었으며 무강도 또한 북변에 귀양 가서 죽었다. 이것인즉 인심에 조금은 
쾌할 듯 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진신(搢紳, 벼슬한 사람의 총칭)들의 말이, 공의 죽음에 미치게 되면 팔을 뽑